버핏의 현금보유 철학
버크셔 2010년도 주주총회 중 워렌버핏의 말로>
"1939년 할아버지가 고모 앨리스에게 보낸 편지는 아직도 내가 갖고 있습니다. 1970년, 내가 유언 집행자가 되어 고모의 안전금고를 열었을 때, 현금 1,000달러와 함께 있었던 편지입니다."
- 프레드와 캐서린에게
단지 현금이 없어서 온갖 방식으로 고초를 겪는 사람들은 나는 오랜 세월 수없이 보았단다. 당장 현금이 필요해서 재산 일부를 헐값에 팔아야만 했던 사람들도 보았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즉시 쓸 수 있는 자금 일정액을 오랜 세월 유지해왔다.
나는 급히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사업에 지장이 없도록, 오랜 세월 습관적으로 비상금을 적립해놓았다. 그리고 이 자금을 요긴하게 사용한 사례도 두어 번 있었다.
따라서 나는 누구에게나 비상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너희에게는 이런 일이 절대 없기를 바라지만, 아마 언젠가 돈이 필요해질 것이며, 그것도 절실하게 필요한 때가 올 것이다. 이런 생각에 나는 너희가 결혼했을 때 너희 이름이 적힌 봉투에 먼저 200달러를 넣으면서 기금을 적립하기 시작했다. 이후 해마다 봉투에 돈을 보태서 이제는 기금이 1,000달러가 되었구나.
너희가 결혼한 지 10년이 지났고, 이제 이 기금이 완성되었다.
이 봉투를 너희 안전금고에 보관하면서, 이 기금을 만든 목적에 맞게 사용하기를 바란다. 이 자금 일부가 필요한 때가 오면 가급적 최소 금액만 사용하고 되도록 빨리 채워 넣는 방법을 권한다.
이 기금을 투자해서 이자를 벌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은 잊어라. 투자로 버는 이자 몇 푼보다는, 언제든 쓸 수 있는 돈 1,000달러가 있다는 안도감이 더 소중하단다. 특히 그 투자로 단기간에 이익을 실현할 수 없다면 말이다.
나중에 이 방법이 좋다고 생각되거든, 너희 자녀들에게도 이렇게 해주기 바란다.
참고로 말하면, 버핏 가문에는 자녀에게 막대한 재산을 물려준 사람도 없었지만, 재산을 전혀 물려주지 않은 사람도 없었단다. 우리 가문 사람들은 번 돈을 모두 쓰는 일이 절대 없어서 항상 일부는 저축했는데 그 결과가 매우 좋더구나.
이것은 너희가 결혼하고 10년을 채운 날에 쓴 편지다.
-어니스트 버핏
"아빠가"
"할ㅇ ㅏ버지는 경영대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고, 사실은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지만, 확실하게 생존하려면 유동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했습니다. 버크셔는 할ㅇ ㅏ버지의 1,000달러 해법을 조금 발전시켜, 우리 규제 대상 공익기업과 철도회사 보유분을 제외하고서도 현금을 적어도 100억 달러 보유하겠다고 맹세했습니다. 이 맹세 때문에 우리는 습관적으로 현금을 200억 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유례없는 보험손실에 대비하고, 심지어 금융대란 기간에도 기업 인수나 투자 기회를 신속하게 잡으려는 목적입니다."
위 글에서 보았듯이 워렌버핏은 할ㅇ ㅏ버지의 편지를 읽고나서 유동성을 철저히 중요시하게됐다. 더불어 2008년 리먼 파산에 이은 공황 25일 동안 우리는 156억 달러를 투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 버크셔 헤서웨이의 보유현금은 점점 증가해 2021년 4분기를 기준으로 1470억 달러에 달했으며 하락장의 시작인 다음 분기 2022년 1분기에 410억 달러의 막대한 투자를 해도 보유현금은 1063억 달러였다.
예나 지금이나 워렌 버핏은 막대한 현금을 수익없이 놀리고 있어서 이 현금들을 투자하고 싶은 유혹이 가끔 들지만 꾸준히 절제하고 덕분에 그와 버크셔 식구들은 두 다리 뻗고 편히 잔다고 말했다.
필자는 무조건 현금관망만 하라는 의도에서 쓴 글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같은 공포의 시기에선 매수를 적극 고려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워렌버핏을 봐도 그러하듯 현금 유동성 문제는 사업을 하든 주식을 하든 매우 중요한 사항임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미국 주식은 우상향할테지만 2008년 리먼사태와 같은 위기가 또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실제로 발생한다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때에 찾아올 것이다.
현재 92세인 워렌 버핏도 끝까지 규칙을 지키면서 투자한다. 앞으로 남은 인생 몇십년 더 사는 미붕이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무리 욕심이 나더라도 여유분의 현금은 무조건 지키면서 투자하기를 권유한다. 특히 레버리지 투자자들은 더더욱 말이다.
한줄 요약 : 언제있을 위기에 대비해 일정비율의 여유 현금은 평생 가져간다는 마인드로 지키자